北노동자가 울고 있다 “中기업인들, 싸구려 노동 취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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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인 김설향(20대 초반. 가명)씨는 랴오닝(遙寧)성 단둥(丹東)의 한 봉제공장에서 북한 여성 노동자들의 관리인으로 3년 간 일했다. 이 공장에는 주로 20대 여성들이 파견됐는데 봉제 기술만 있으면 됐기 때문에 대부분 중국어는 모르는 상태였다. 150명 정도의 여성 노동자들과 동고동락하며 지내다 보니 어느덧 언니 동생으로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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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는 비슷한 나이대의 그녀들이 처한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지금은 회사를 그만 뒀지만 아직까지도 중국인 관리인에게 전화기를 빌려 연락하는 사람들도 있다. 당장이라도 일을 그만두고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우는 일도 많았다.
김 씨는 “북한 노동자들은 보름에 한 번 쉬었는데 항상 그 옆에서 말도 옮겨줘야 했기 때문에 나도 그들과 똑같이 일할 수 밖에 없었다. 보통 아침 7시에 출근해 10시에 퇴근을 하지만 일이 바쁠 때면 자정을 넘길 때도 많다. 우리는 점심을 먹고 난 후 30분 정도라도 낮잠을 잘 수 있지만 북한 노동자들에게는 이런 시간조차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150명의 노동자가 작업장에 빼곡히 앉아서 일을 하는데 열기가 대단하다. 평균적으로 실내온도가 30도 이상이라서 땀이 주르륵 흐를 수 밖에 없다”며 “그렇지만 북한 노동자들은 에어컨도 없이 오로지 선풍기 몇 대에만 의존하며 일을 한다. 한 여름에도 얼음이 든 손수건을 목에 걸치는 게 전부”라고 설명했다.
데일리NK·국민통일방송 특별취재팀은 중국 내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의 인권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 4월 북중 접경지역을 방문했다. 현지 취재를 통해 당국에서 공식적으로 파견한 노동자들, 친척방문 명분으로 방문해 불법적으로 취업한 북한 주민들, 북한 노동자들과 함께 일했던 현지 관리인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각자가 경험한 상황이나 환경은 달랐지만 북한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공통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하루 12시간 씩 근무를 하는 것은 북한 여공들뿐 아니라 중국에서 운영하는 식당의 북한 종업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지린(吉林)성 옌지(延吉)의 한 식당에서 만난 한 여성 종업원은 “아침 9시에 출근해서 밤 10시나 11시에 퇴근한다. 손님이 많을 땐 더 늦게 퇴근하는 경우도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들은 퇴근 이후에도 개인적인 시간을 갖거나 휴식을 취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 “퇴근을 하면 숙소에서 써클(동아리) 활동을 하거나 중국어를 공부한다. 이곳에서 일을 하기 위해서는 중국 사람들과 소통이 가능해 야하기 때문에 중국어 공부가 필수다”고 말했다. 이들의 하루 일과가 끝나는 시간은 새벽 두 시가 넘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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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을 관리했던 50대 중국인 사업가는 “공장의 경우 중국인들은 보통 하루에 8시간 씩 일하는데 북한 노동자들이 12시간 씩 일한다”며 "공식적인 휴식 시간도 없지만, 일이 없을 때에도 나와서 청소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북한 노동자들은 절대 본인들의 업무 강도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며 “잘 못 말하면 나라를 배신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내 북한 노동자들이 하루 12시간이 넘는 장시간 근로에 시달리는 것은 중국의 근로기준법에도 위반되는 것이다. 중국은 주 5일제(40시간)를 시행하고 있으며, 초과 근로에 대한 제한이 엄격하게 실시되고 있다. 초과 근로는 1일 1시간, 특수상황에서 3시간, 월 36시간 한도 이내에서 가능하다. 물론 중국 내에서도 이러한 규정이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다 할 수 없지만 북한 노동자를 고용한 중국 측 관계자, 파견 계약을 주도한 북한 측 관계자 등이 애초에 이러한 규정을 고려조차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중국 내 북한 노동자들은 근로 과정에서 병을 얻거나 재해를 입더라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었다. 노동자나 공장 관리인 모두 안전의식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재해 발생의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김 씨는 “북한 여공이 봉제 기계를 다루다가 그 안에 손가락이 들어가서 다친 적이 있었는데 북한 노동자나 관리인 모두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방치해뒀었다”며 “결국에는 살이 다 썩어 들어가서 손가락을 절단하고야 말았다”고 말했다.
中, 외국인 근로자 사회보험 가입 의무화지만 北노동자는 예외
이 밖에도 북한 노동자들은 중국의 사회보험 혜택에서 제외되어 있었다. 중국은 자국 내 외국인 근로자에게 사회보험 가입을 의무화 하고 있다. 2011년 11월부터 시행 중인 ‘중국 내 취업 외국인 사회보험 가입에 관한 임시방안’에 의하며 중국 내 고용업체로 파견된 외국인 근로자는 중국 5대 사회보험에 가입하여 중국인 근로자와 동일하게 양로, 의료, 실업, 산재, 출산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신설했다.
그러나 중국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은 이 같은 사회보장제도의 수혜자가 될 수 없다. 중국 측 기업과 북한 측 기업이 인건비 절감을 위해 북한 노동자들의 사회보험 가입을 누락시켰기 때문이다. 북한 파견 노동자들을 지원하는 한 조선족 사업가는 “중국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도 반드시 각종 사회보험에 가입하도록 하고 있는데, 북한 노동자들만 제외됐다”며 “근무를 하다가 몸이 아프거나 다쳤을 경우 본인이 비용을 전액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치료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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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장염에 걸린 북한 노동자가 치료비에 대한 부담 때문에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북한으로 돌아가는 일도 있었다. 이 사업가는 “북한 노동자가 맹장 수술을 위해 병원에 입원했는데, 입원비로 무려 7500위안이나 들었다. 그런데 치료비용을 지원받지 못하니 본인이 부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결국 1년 동안 모았던 돈을 모두 치료비로 쓰고, 북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 노동자들은 보험을 가입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중국 기업들은 이들을 ‘싸구려 노동’이라고 생각하며 고용한다”면서 “인도적인 차원에서 회사가 치료를 해 줄 수도 있지만, 법적으로는 전혀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다. 북한 노동자들과 계약서를 쓸 때부터 일차적으로 회사에서 산재를 책임지지 않는다고 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와 같은 행태는 북한 당국의 영향 아래 있는 파견 회사의 묵인 하에 이뤄지는 것이다.
중국 내 북한 노동자들은 처우 면에서도 가장 최하위 계층의 취급을 받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식사 문제만 하더라도 중국 내 빈곤층과 비슷한 수준으로 해결하고 있다. 사업장에 따라서 노동자들에게 월 300위안 정도의 식대를 지급하는 곳도 있지만, 아예 지급하지 않는 곳도 있다. 옌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북한 측 지배인은 “우리 식당에서는 별도로 식대를 지급하지는 않는다. 다만 (종업원들은) 아침 식사로 밥에다가 김, 된장국 한 그릇씩 먹더라. 쌀이 부족한 것 같아서 내가 몰래 쌀 두 마대를 가져다줬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월 300위안의 식대를 받는 노동자들의 식사가 풍족한 것도 아니다. 조선족 사업가는 “중국에서 1인 당 300위안의 식대는 최하수준이다. 그나마 노동자들이 개별적으로 받은 식대를 다 모아서 근근이 식재료를 구입하고 식사를 마련한다. 겨우 밥, 김치, 장 정도 먹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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